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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골을 따라 흐르는 아름다운 영혼의 노래
길고도 깊어 영원할 것 같았던 한밤의 어둠은
밀물에 스러지는 모래성 처럼 일 순간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자
닫혔던 시공이 열리며 어둠에 눌렸던 육신이 비로소 꿈틀댄다.
새 아침의 신선한 공기가 혼탁해진 폐부 깊숙히 스며들어
동짓날 미시에 불어대는 삭풍에 두 볼을 내어 놓은듯
차갑게 시려 아파오지만 웬지 그 시림이 맑아 좋다.
새벽의 마력은 바로 이 청청함 아닐까..
구례벌을 달리는 차창멀리 트인 시야 끄트머리에서 가물거리는 지리,
실비단 걸쳐입은 여인의 나신이 대 보름 달빛에 투영되어
숫 총각 심장을 벌렁이게 하듯
새벽운무 살포시 드리운 지리의 실루엣이
어둠에 정제된 감성을 마구 들쑤셔 마음 조이는데...
아!! 지리여
그토록 가슴속 깊은곳에 담고 또 담았건만
왜 이다지 목마름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은채
더한 그리움의 욕망으로
날 사로잡는건가...
살아간다는데 의미를 두지않고
당신을 사랑하고 그리워할수 있어 인생이 충만합니다
그리워 하는 만큼 당신곁에 다가섬을 난 행복이라 말합니다.
질곡의 가시밭길을 걸어 굶주리고 헐벗는다 하여도
당신을 향한 일념이 광명되어
내 삶은 언제나 풍요롭다 말 할수 있습니다.
당신곁으로 달려가는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의 절정입니다.


화개동천을 거슬러 의신교를 지나고 선유동계곡을 휘돌아
단천골을 스치며 대성골의 통곡소릴 뒤로한채
하얀입김 품어내어 햇살에 부셔져 반짝이는
금빛 영롱한 빚점의 아침에 섰다.
하늘을 나는 연무가 땅의 잎새에 걸려 응결되고
방울진 이슬은 땅속에 스며 샘물이 되니
샘물이 모여 골을 이루고
골은 또 계곡을 만들어 거대한 물줄기로
하룻 낮 하룻 밤을 쉼없이 흘러내려
그렇게 영겁을 살아왔을 빚점골
세속의 연줄을 잠시놓고 숨가삐 달려온 몸이기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추한 삶의 몰골을
저 맑은 물과 바람과 잎새로 씻어가며 삼정을 향해
깃털처럼 가벼운 발걸음을 옮겨보는데...
최후를 예견한 사람들의 비통함이
차거운 계류에 순장된채 봉합된 역사의 흔적은
가벼운 걸음에 멍에를 걸쳐 놓는다.
삼정 합수! ! 내
서글픈 역사의 유산을 애써 감추려 함인지
수려한 풍광으로 치장하여 너무도 아름다운 곳
계류가 울부짖는 굉음은 귓전을 찢을듯 사나웠으나
그곳에 잠시 머무는 동안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숨죽인 정막속에
굳어지는 육신을 느끼며
그 아름다움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어디에서 흘러왔는지
무수한 바위들이 굴? ?내려와 너덜강을 만들었다
비 바람에 검붉게 그을리고 달아져 뭉실해진 바위들
초췌한 모습으로 서로를 부등켜 안은채 꼼짝않는 너덜강
죽은자의 한이 맺혀 결집된 사리인가
너덜사이 좁은 틈세를 빠져나온 바람소리에서
구슬픈 노래소리를 난 들을 수 있었다.


청류와 바위와 잎새가 엮어내는 가락이
깊은 지리골에 메아리치고
그 길을 걷는 마음은 이미 신선이 되었다
아이의 초롱한 눈방울에 맺힌 진실로
욕심인들 미움인들
다 비워져 빈 가슴되고
오로지 저들의 가락에 장단을 맞춰가며 난 노랠 불렀다.
지나간 역사는 저 아름다운 비경을 볼모로 삼아
더 이상 내게 슬픔으로 비춰지! ! 지 않을 것이다
푸른숲속에서 푸른물이 흘렀다
푸른 이끼와 푸른 바람속에서
흥에겨운 노랠소릴 들으며 나도 따라 불렀다.
바위를 애무하는 청류의 몸짓은
짝을 구하는 날짐승의 구애짓과도 같은 간절함이 가득하였고
그런 청류를 바위는 원없이 비벼주며 보듬아 주었다.
그들의 애증은 그 어떤 사랑보다 아름다웠고
그 아름다움이 만든 오만가지 형상은
날 감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숨 가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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